그립다_나의둘리인형1 나는 늙은 둘리 인형이다. 둘리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요즘 아이들 팔할은 그게 뭔지 되물을 것이다. 비행사란 어엿한 직업을 갖고 있는 뽀로로나 크리에이터인지 뭐시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읊조리는 비대한 몸집 소유자 펭수에 빠진 아이들이 나를 알턱이 없다. 머나먼 남극으로부터 한반도로 이어지는 이른바 '빙하로드'를 닦으며 진출의 물꼬를 튼 자가 바로 이 몸인데도 말이다. 각설하고 나는 한국에 둥지를 튼 후 서울의 한 작은 문방구를 거쳐 한 소녀의 집에 오게 되었다. 편의상 나는 그를 '둘리 어멈'으로 부르기로 한다.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멈은 여덟살인지 아홉살인지 한창 팔팔한 어린 소녀였다. 까르르까르르 웃어대며 유독 장난기가 많았다. 옆 짝꿍에게 소근대는 소리가 답답하다며 쩌렁쩌렁 소리지르다가 벌을 받기도 하고, 최다 틀.. 2021. 5. 17. 이전 1 다음